사무장병원 단속 명분 속 커지는 논란…건보공단 특사경 어디까지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5 08: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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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개 언급 이후 추진 속도↑…국회엔 관련 법안 8건 계류 중
공소청법 통과로 특사경 지휘·감독 체계 변화…의료계 우려 증폭
▲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근절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mdtoday = 김미경 기자]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근절하겠다며 추진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이 대통령의 공개 언급 이후 재추진 국면에 들어서면서, 의료계는 “불법개설기관 단속을 넘어 건보공단 권한 비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들은 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수사를 맡기자는 취지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계기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사무장병원 문제를 언급하며 건보공단 특사경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건보공단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조직 확대와 교육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입법이 이뤄질 시 실제 시행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 제도가 단순한 불법개설기관 단속 장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초기에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정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부당청구나 허위청구 등 건강보험 재정 환수 효과가 큰 영역으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건보공단 특사경의 전문성 문제다. 대한의사협회 한진 법제이사는 “사무장병원 조사는 일반적인 절도·강도 사건처럼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라며 “금전 흐름이나 지분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고난도 조사인데,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수사기관도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특사경 권한까지 갖게 되면 공권력 남용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경찰·검찰과 달리 특사경은 순환보직 구조인 경우가 많아 장기간 수사 경험 축적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가 민감하게 보는 또 다른 대목은 건보공단의 이중 지위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보험자인 동시에, 부당청구 환수의 당사자인 기관이다. 이런 기관에 강제 수사권까지 부여될 경우, 환수·행정처분·형사처벌이 결합한 구조 속에서 과잉수사와 중첩 제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3월 성명에서 “보험급여 지급과 환수의 당사자인 기관이 강제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재정 회수 논리가 형사사법의 기본 원리인 중립성과 비례성을 압도해 사건 선정과 수사 범위를 좌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진 이사도 “건보공단은 본질적으로 피해자 입장인 기관인데,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는 구조가 법 이념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공단은 채권 회수와 재정 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은 수사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소청법 통과도 의료계 우려를 키운 배경 중 하나다. 기존 정부안에는 검사 직무에 특사경 지휘·감독 권한이 포함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향후 특사경 수사는 검사의 직접 지휘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됐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기존에도 특사경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증거 부족 등으로 기소까지 이어지지 못했는데, 검사의 지휘·감독 체계까지 사라질 경우, 수사 일관성과 완결성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이 금융감독원 특사경 사례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 이사는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는 기관이지만,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의 감독기관이 아니다”라며 “공단은 의료기관과 기본적으로 채권·채무 관계에 있는 대등한 당사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은 지금도 자료 제출 요구, 현지확인, 복지부 현지조사 의뢰, 수사의뢰 등 여러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며 “정말 수사가 필요하다면 전문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의료현장 위축 가능성 역시 핵심 쟁점이다. 의료계는 특사경 수사가 확대될 경우, 의료기관이 방어적으로 변하고, 응급·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조사 대응 부담이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여전히 특사경 도입이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조직적 사무장병원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건강보험 청구 구조와 의료기관 운영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만큼, 공단 중심 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소청법 통과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 체계까지 변화하면서, 건보공단 특사경 논의는 단순한 불법개설기관 단속 차원을 넘어 전문성·중립성·권한 범위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특히 보험자인 건보공단에 직접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료계와 공단 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제도 설계와 통제 장치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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