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담료’ 신설…인공임신중절 건보 적용 논의 시작되나

이재혁 / 기사승인 : 2021-07-07 00: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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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공적 의료시스템 내 임신중지 논의 ‘환영’…“임신중지 의료행위 급여화 이뤄져야”
의료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기준 마련 선행 필요성 제기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아직 관련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교육·상담료 항목이 새로 마련된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화도 신속하게 추진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의료계에서는 급여화 논의에 앞서 합법적 임신중지에 대한 대체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낙태죄는 지난해 12월 31일 입법기한을 넘겨 올해부터는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해도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법 규정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학정보와 심층상담을 제공하는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교육·상담을 원하는 임신한 여성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제공하는 ‘인공임신중절 관련 표준교육자료’를 바탕으로 ▲수술행위 전반 ▲수술 전·후 주의사항 및 자가관리 방법 ▲수술에 따른 신체·정신적 합병증 ▲피임·계획임신 방법 등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 및 상담을 의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교육·상담료는 약 2만9000∼3만원 수준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각 의료기관에 지급된다.

이러한 복지부의 발표에 3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번 임신중지 교육·상담료 신설은 임신중지가 공적 의료시스템 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최우선적으로 결정돼야 할 임신중지 의료행위 급여화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상담료 신설은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임신중지 접근성 확보에 보다 핵심적인 과제인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여전히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임신중지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단체는 ▲수술적 임신중지의 급여화 추진과 ▲임신중지 유도약 ‘미페프리스톤’의 도입 및 약물적 임신중지 급여화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는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술적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중 81.6%가 의료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부분 수술적 임신중지는 건강보험 밖에서 이뤄져 비용 통제 구조가 없기 때문에 부르는게 값”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WHO가 지정하는 필수의약품인 미페프리스톤은 정식 허가조차 되지 않아 개인적인 경로로 약물을 구입할 수밖에 없고 개별적으로 구매해 이뤄지는 약물적 임신중지 또한 경제적 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실제로 약물적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신속한 약물 도입 및 급여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또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줄곧 임신중지 의료행위 일체에 대한 제도화 및 급여화를 요구해 왔지만 복지부는 관계법령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의를 미뤄왔다”며 “이번 상담료 신설은 이제까지 법이 없어서 안 된다고 주장해온 것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임신중지 교육·상담뿐만 아니라 수술적, 약물적 임시중지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급여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또한 의료시스템 준비에 발맞추어 관계 법령 정비도 속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갑작스러운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상담도 개별 임산부의 주수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합법적 주수 등 관련 입법이 선행돼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신중절수술의 합법적인 주수 기준을 비롯해 법적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가 교육‧상담료 신설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상담료 수가 산정이 만성질환자 상담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점도 지적됐다.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에 대한 교육상담은 만성질환 상담하고는 다르다”며 “산모의 심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며 태아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 간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수가나 세부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린 적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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