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신변안전책’ 촉구… 형평성 어긋난 법안

윤정애 / 기사승인 : 2009-01-30 00: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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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폭행은 빈번한 일 대책마련 시급”
“성급한 일반화, 환자-의사간 불신야기”
서울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은 29일 의료기관내에서의 의료인에 대한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방안으로 의사들의 ‘신변안전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병원내 의료인 폭행은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고 만일 법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할 경우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는 물론 의사들이 되레 특별법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의사 안전 위해 강력 ‘신변안전책’ 필요

의료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의료인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규 마련의 필요성은 지난해 6월 충남의대 모 교수가 치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 의해 피살되면서 더욱 불거졌다.

이후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지난해 12월 진료중인 의사를 폭행하거나 협박, 의료기관 점거 등 진료를 방해할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진료중에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협박하는 행위나 의료기기, 의약품을 손상하는 행위 등의 의료방해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을 제시한 임두성 의원의 비서관은 이 같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들에게 폭행은 환자의 생명까지도 걸린 문제로 일반처벌보다 높아야 하고, 이에 따라 최고형량을 5년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에도 불구하고 서울병원회 김윤수 회장은 임두성 의원이 제시한 개정안도 충분치 않다며 의사의 신변안전책에 대해 아래와 같은 안을 제시했다.

구체적 내용에는 ▲진료현장에서 빈발하는 폭력과 위협 폭언 등 의료인의 신분보장이 안 되는 현재의 미흡한 제도적 장치를 획기적으로 개선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 할 것 ▲의사 진료방해에 대한 법안의 구체화 및 방해시 즉결 심판기구에서 담당 하도록 제3의 통로를 발족할 것 ▲누구든지 의료인에 물리적 접근을 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 담겼다.

또 ▲법적·제도적 절차는 무시하고 무조건 배상을 요구하는 환자는 정신감정을 의뢰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할 것 ▲근무중인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선시행 할 것 ▲의료계 자체적으로 ‘의료기관 폭력피해 대책 기구’를 설치 할 것 등 총 6가지 안이 포함됐다.

그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의사 뿐아니라 돌보는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이므로 의료인의 진료권과 환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내 폭력을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이 같은 강력한 의료인의 신변안전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의사를 위한 법, “법 기본마저 위배”

전직 의사인 박호균 변호사는 임두성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과 김 회장의 신변안전책 마련 등의 특별법 제정요구에 대해 “평등권에 위배되는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균 변호사는 의사들의 안전을 위해 예외적으로 법이 만들어 일반인에게 일부 직업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 자체가 법 재정이 근본적으로 갖춰야하는 평등권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의료법으로 처벌하지 않더라고 폭행법,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설사 의료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 질 경우 오히려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폭행 가해자가 더 낮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두성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중에 ‘진료방해’에 부분에 대해 “진료중이란 말은 불명확한 표현으로 의료행위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명확한 법해석이 없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는 법안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표현이라며 “법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진료중에 폭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불신을 전폭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불신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의사는 환자와 일정간 친밀성을 유지해야하는 사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특히 조 본부장은 의사와 환자와의 친밀성 즉 ‘라뽀’는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며 “환자가 폭행한다고 해서 법을 통해 규정화하는 자체가 일반화된 현상으로 만드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현행법에 ‘가중처벌’로도 처벌 충분

박호균 변호사는 특정집단을 위한 법안 마련 대신 의료인에 대한 폭행사건에 대한 재판에 대해 “의료계 차원에서에서 탄원서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판례자체의 형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위화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간간히 의료인의 폭행에 대한 소식은 특별한 경우로 이런 경우는 병원 자체내에 호출시스템을 갖춘다던지, 보호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윤미 본부장은 병원이 진료실의 폐쇄성에 따른 의사의 위험을 우려한다면 의료기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나 청원경찰 배치해 비상벨이 울리면 바로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사 폭행에 대해 법을 통한 처벌을 원할 경우에는 현행법에서 가중처벌을 한다거나 해야지 굳이 새로운 법안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은 환자와의 건전한 관계마저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환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폭행에 대한 경험도 있다고 밝힌 대한응급의학회 어은경 홍보이사 역시 응급실 내에서 폭행에 대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술을 마신 사람에 대해 관대함 때문에 폭행 당사자를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진료방해 등으로 경찰에 의해 강력한 제지를 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가끔 동료들과 “버스기사만도 못하다”는 푸념하기도 한다며 법률적 강력한 조치 이전에 경찰이 신고를 받으면 진료방해한 가해자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시켜 행동을 자제토록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

또한 진료방해로 신고를 하면 경찰이 현장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의견조정으로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진료방해를 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현행법 내에서라도 강력하게 대처해야 의료인 폭행이 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는 의사들의 신변안전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임두성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역시 없었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의료인 폭행시 구형량이 일반적 폭행에 비해 형량이 과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jung@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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