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법학계 “입법 영역 침범한 사법적극주의”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0 07:57:17
  • -
  • +
  • 인쇄
▲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 법원이 입법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이 법학계에서 제기됐다. (사진=DB)

 

[mdtoday=김미경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 법원이 입법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이 법학계에서 제기됐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심영주 초빙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판결을 삼권분립 원칙을 넘어선 ‘사법적극주의’의 전형이라며, 의료 이원화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 교수의 논문 ‘무면허의료행위 처벌의 전제가 되는 면허된 범위 외 의료행위의 해석에 대한 검토’는 대한의료법학회 학회지 ‘의료법학’에 게재됐다.

심 교수는 현행 의료법이 의료행위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 그동안 판례에 의존해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해 왔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기술 발전과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해석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의사와 한의사가 분리된 이원화 체계에서는 면허 범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법원은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취지와 학문적 기초, 교육 과정과 국가시험,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허 범위를 판단해 왔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단 흐름을 벗어났다는 것이 심 교수의 주장이다.

심 교수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기를 의료행위와 분리할 수 없음에도,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규정해 한방의료행위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문언의 의미를 넘어서고 법체계와 목적을 넘어선 창조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사법적극주의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며 “면허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본질적으로 국회가 결정해야 할 입법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사실상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의료기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금지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입법자는 처음부터 이를 한의사의 업무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관련된 법·제도 전반에서도 한의사를 사용 주체로 상정한 규정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진단용 방사선 관리 규정, 진료과목 표기 체계, 한의사 전문의 수련과정 어디에도 초음파 진단을 전제로 한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의료법 시행규칙상 진료과목 표시를 언급하며, 치과병원이나 치과의원에는 영상치의학과가 포함돼 있는 반면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는 이에 상응하는 진료과목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전공의 교과과정에 따르면 한의사 전문의의 경우,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는 전문 진료과목이 지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의대 교육과정이 보완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 교수는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과 면허가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운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더라도 운전을 하면 법적으로 무면허 운전에 해당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심 교수는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각각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며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도록 하는 해석은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건강 보호와 증진을 이원화된 의료시스템 등에 대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의료일원화 등 면허제도 개편이 선행됐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어플

[저작권자ⓒ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식약처, 임상시험 대상자 동의 절차 위반 상계백병원 업무정지 처분
의대 증원 후폭풍…전공의 이탈에 상급종합병원 의료이용 감소
치료 필요성에도 의료자문서 조작해 보험금 지급 거절 정황 드러나
송도세브란스병원 병원동 신축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으로 또 지연
전북 청소년 20.9%, 의사 처방 없이 약 복용 경험…감기약·진통제 ‘다수’
뉴스댓글 >

정보격차 없는 경제뉴스

HEADLINE

상하이 최대 한인포털

많이 본 기사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