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중 의료사고로 기소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전공의…의료계 ‘분노’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2 17: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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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와 관련해 민사소송 판결 후 재차 형사 기소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DB)

 

[mdtoday=김미경 기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와 관련해 민사소송 판결 후 재차 형사 기소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무리한 기소로 필수 의료현장을 잠재적 범죄 현장으로 몰아가고, 산부인과 인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현장에 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단순한 결과 중심의 형사적 판단은 의료인의 진료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분만은 이제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의학적 타당성과 배치되는 무리한 형사기소로써, 산부인과 의사뿐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관련 있는 모든 필수 의료 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회는 “산부인과 교수의 형사 기소 건이 앞으로 산과학을 가르칠 교수진들을 크게 위축시키고, 고위험 산모 진료 인력을 멸종시킬 우려가 있으며, 학회의 이념인 ‘미래 의학자와 의료인 양성’에 있어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실제로 산부인과의 인력난은 이미 현실화하는 상황으로, 2025년 하반기 기준 전국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48.2%에 불과하며, 지방으로 갈수록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으로 분만 취약지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대도시로 이송 도중 산모와 태아가 위험에 빠지는 사례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학회는 “이는 정부가 수년 전부터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이 외쳐온 지속 가능한 필수 의료 관련 대책을 외면해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의학의 발달로 모성사망률이 감소하고, 다양한 부정적 결과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출산의 과정은 예측 불가한 위험이 항상 잠재하고 있는 생리적 과정”이라며 “뇌성마비와 같이 그 원인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나쁜 결과에 대해 이를 단순히 의료진 잘못으로 단정해, 고의성을 가진 범죄 행위와 동일시하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하는 건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산모를 보지 말고 분만장을 떠나라는 경고장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학회에 따르면 영국이나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의료행위는 아예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독일과 스위스 등 대륙법 국가에서도 과실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역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한국과 법체계가 가장 유사한 일본 역시 2016년 이후 통계가 확인되는 2021년까지 의료행위를 형사 기소한 사례 자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학회는 “우리나라에서 분만과 같은 필수 의료에 대한 형사 기소는 이미 소수에 불과한 산과 교수들이 분만을 포기하고 대학병원을 떠나게 할 것이며, 이는 곧 산과 교육과 분만 인프라의 붕괴라는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부당한 형사 기소의 대상이 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법원을 비롯한 사법기관이 이번 사안을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필수 의료의 존속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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