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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성고열증이라는 희귀 부작용으로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DB) |
[mdtoday=김미경 기자] 악성고열증이라는 희귀 부작용으로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드물게 발생하는 의료 상황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 유족이 B병원 의료진과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은 총 6억7000여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22년 5월, 경추 4·5번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광주의 B병원에서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던 중 갑작스럽게 ‘악성고열증’ 증세를 보였다. 이후 급히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악성고열증은 휘발성 흡입 마취제인 세보플루란 등의 사용 시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다. 치명률이 높은 이 질환은 근육이 녹아내리고 체온이 급상승하는 등 심각한 반응을 보이며, 신속한 치료가 필수다.
유일한 치료제는 ‘단트롤렌’인데, 국내에서도 보유 병원이 극히 드물다.
사건 당시 광주 지역에서 단트롤렌을 보유한 병원은 전남대병원이 유일했다.
이에 유족은 세보플루란을 사용하면서도 치료제를 비치하지 않은 점, 의료진이 환자 상태 확인을 소홀히 했고, 응급 처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1민사부는 “의료진은 수술 당시 나타난 체온 상승이나 이산화탄소 분압 증가만으로 악성고열증을 곧바로 의심해 마취를 중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악성고열증이라는 진단이 확정된 이후에는 치료제가 있는 전남대병원 전원을 준비한 만큼 가능한 조치를 신속히 취했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히 B 병원이 단트롤렌을 보유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료계 전반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국내 전체 단트롤렌 보유량은 622병에 불과하고, 광주 지역에서도 전남대병원만 18병가량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희귀 질환 치료제를 일반 병원이 상시 보유하는 것은 보관 문제,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와 의학 관련 학회에서도 단트롤렌을 별도로 관리하는 점을 언급하며, “수술 전 단트롤렌을 준비해 두지 않았다고 해서 의료인이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단 지연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를 과실로 보지 않았다.
수술 도중 이상 징후가 포착된 후 진단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는 점에 대해 “결과적으로 진단이 다소 늦었으나, 해당 질환의 특성과 진단의 난이도를 감안하면 당시 상황에서 조기 진단이나 처치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악성고열증은 매우 드물고, 초기 증상만으로는 쉽게 진단하기 어려우며, 조기에 진단했다 해도 높은 치명률로 A 씨가 안 좋은 결과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 씨의 사망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소홀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재판부는 의료진이 당시 의료계 일반 수준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고, 유족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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