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의 변신은 무죄인가?

석유선 / 기사승인 : 2006-08-25 10: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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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의무의사 이기철 현재 우리나라 전문의 가운데 그 수에 있어 내과 다음으로 많은 전문의가 있는 산부인과.

그러나 세계 최저의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 1.1(조만간 0.9가 될 것으로 예상)이 말해주듯이 전체 대상 산모수의 감소와 보건소의 산모 무료 산전 진찰 및 검사, 비보험으로 인정되던 자궁경부암 검사를 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 암건진 사업과 국가 5대암 검진사업 등으로 빼앗기면서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난에 처해 있다.

최근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진료 환자수가 12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적은 환자를 보고 있는 곳이 바로 산부인과다.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 상황에서 그 타개책으로 비보험 시장으로 남아있는 비만, 미용, 에스테틱, 성형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고 생존을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진료영역에 있어 특별한 진입장벽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비만, 미용, 에스테틱의 대상자가 대부분 여성이라 그만큼 산부인과에서 이 같은 영역에 접근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주로 산부인과 개원가가 영세한 주거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비만, 미용, 에스테틱 같은 특정 항목으로 특화시키기 어렵고, 경제력이 있는 젊은 직장여성의 왕래가 많지 않은 한편 값비싼 비보험 시술을 위해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것도 영세 산부인과 개원의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비보험 시장도 끊임없는 시설 투자와 새로운 기술연마가 필수적인 무한경쟁 시장으로 변모함에 따라 그렇게 호락호락한 영역은 아닌 데다, 그 나름대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그동안 전문적으로 배우고 완전히 익힌 산부인과 영역을 벗어나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비보험 분야를 시술해야 하는 어려움과 “산부인과에서 경제적 이유로 다른과 영역을 침범한다”는 환자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게다가 최소 1~2년의 추적검사도 없이 연구되지 않은 의료장비를 고가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과 많은 돈을 받으면서도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의료기술을 숙달해야 하는 윤리적 모순점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과에 비해 터무니 없게 낮게 평가된 산부인과 관련 의료보험 수가가 갑자기 오를 리 없고, 전체 진료과 중에서 2번째로 많은 의료분쟁을 겪고 있는 산부인과에 국가적 의료분쟁 개선책이 마련되기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산부인과 환자를 창출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는 데다 이미 적정 전문의 수를 넘어버린 산부인과 개원의 입장에서는 점차 문제시 되고 있는 전공의 수 감소나 전공의 미달사태가 당장에는 도움이 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세계 최저를 자랑하는 출산율로 인해 절대적으로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는 산모 수와 무료 암 검진 사업 등으로 빼앗긴 환자를 회복할 길이 없는 현실에서 산부인과의 미래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산부인과 자체를 대형화•특화 하는 것이 당장에는 다른 산부인과 의원들의 비해 경제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런 여력이 있는 산부인과 개원의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에 가장 경제적으로 절박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개칭 추진하는 한편 보다 많은 환자수 확보를 위한 진료영역 확대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학연구회를 상설로 설치해 각종 소모임과 요실금연구회, 유방연구회, 미용성형연구회, 반영구화장연구회, 탈모연구회, 1차 진료연구회, 회음성형연구회, 성의학연구회, 통증연구회 등의 연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년 2회의 연수 강좌 때 정통적인 산부인과 영역과 여성의학연구회 영역을 같은 장소에서 여러 팀으로 나눠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여성의학회 단독 세미나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위기에 몰린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 없이는 암담한 산부인과 현실을 타개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며 이는 산부인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확신한다.

낮게 평가된 산부인과 보험수가 인상 노력과 산부인가 전문의수 감축, 암 검진 사업의 산부인과 개원의 참여, 의료분쟁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지금도 약 반수 이상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이러한 현실이 확대되어 일본처럼 그 지역에서 더 이상 분만할 수 있는 중소형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분만을 위해 산모가 대도시 분만 전문병원을 찾아 다녀야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산부인과 진료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기 전까지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진료영역확대는 비록 자체 내 많은 문제점과 윤리적 모순점을 안고 있지만,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메디컬투데이 석유선 (sukiz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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