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 책임 배상’ 전환…30년 논란에 종지부 찍나

박성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6 08: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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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dtoday=박성하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를 ‘사회적 참사’로 공식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 방식을 국가 책임이 전면 반영된 배상 체계로 전환한다.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이어져 온 피해 논란에 대해 국가가 공동 책임자로서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6월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이후 마련된 후속 조치다.

정부는 우선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명확한 ‘참사’로 규정하고, 피해구제를 넘어 국가 주도의 배상 체계로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전부 개정하고, 기존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할 계획이다.

배상 구조 역시 피해자 중심으로 재설계된다. 피해자는 일시금 지급과 단계적 지급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치료비와 일실이익, 위자료 등 손해 전반이 배상 대상에 포함된다. 손해배상청구권 강화를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 신청부터 지급 결정까지 단기 소멸시효도 중단한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금전적 배상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학업·병역·취업 등 생애 전 주기를 포괄하는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학령기 피해자의 경우 질병결석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중·고교 진학 시 희망 학교 우선 배정을 검토한다. 군 복무에서는 피해 특성을 고려해 병역 판정과 보직을 조정하고, 사회복무요원 배치 시에도 호흡기 부담이 큰 근무지는 제외할 방침이다.

취업 단계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등 기존 정책과 연계해 피해자의 사회 진출을 돕는다. 아울러 건강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 인과성 연구 범위도 기존 폐 질환 중심에서 만성·전신 질환과 후유증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추모도 본격 추진한다. 특별법 목적 조항에 ‘추모’를 명시하고, 피해자들과 협의를 거쳐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추모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직도 개편된다. 기존 환경보건처를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해 가습기살균제뿐 아니라 석면 등 환경성 피해 전반을 총괄하도록 하고, 상담·의료 전문 인력 확충도 검토한다.

김 총리는 “원인 규명 이후에도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온 피해자와 가족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종합 지원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급한 조치는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은 새해에도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1994년부터 시판된 제품으로 인해 폐 손상 등이 발생한 사건으로, 2011년 역학조사를 통해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다. 올해 11월 말 기준 피해 신청자 8035명 가운데 5942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간 피해구제 중심의 제도와 제한적인 정부 역할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온 가운데, 이번 대책이 누적된 불신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정부 출연 규모와 책임자 문책 문제 등을 두고는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디컬투데이 박성하 기자(applek9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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