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료재원 투입 우선순위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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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층 탈모 치료비 지원이 물꼬를 트는 모양새다. 다만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 지원에서 제외되는 세대와의 갈등 유발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사진=DB) |
[mdtoday=이재혁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층 탈모 치료비 지원이 물꼬를 트는 모양새다. 다만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 지원에서 제외되는 세대와의 갈등 유발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중증환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3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이소라 시의원이 발의한 ‘청년 탈모 지원 조례안’을 상정해 이를 논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서울시내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경구용 탈모 치료제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의 경우 학업·취업·창업·연애·결혼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경제적 이행기로 탈모로 인한 부담과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 있어 탈모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탈모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 성동구, 충남 보령시, 대구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청년 등 탈모 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한 성동구는 본격적으로 지원 사업 진행 중이다. 구는 이달 2일부터 만 39세 이하 구민 1인당 연간 20만원 한도 내 경구용 탈모 치료 약제비 본인부담금 50% 지원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보령시도 작년 12월 조례를 공포하고 올해부터 만 49세 이하 시민 중 의과‧한의과 의료기관에서 탈모 진단을 받은 사람의 외래진료비 및 약제비 본인부담금 지원 추진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1인당 최대 200만원, 신청년도 2년 이내 진료비 영수증에 한해 탈모 치료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광역시‧도로는 최초로 조례를 제정한 대구광역시도 39세 이하 시민을 대상으로 경구용 탈모 치료제 본인부담금 지원 바우처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탈모 치료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 찬성하는 측에서는 젊은 층의 탈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치료비를 공공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 시급한 복지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탈모지원 조례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 5건 중 4건은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시민들은 탈모 환자들의 고충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식비지원 등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세금이 쓰이길 바란다는 견해를 내놨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생사가 걸려있을 수도 있는 중증 환자들은 더욱 절박한 심정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탈모 치료 지원을 실행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대선 당시 비슷한 대선 공약을 반대했던 입장으로써 자괴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중증암환자 및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고가의 항암제와 신약, 치료비 등과 더불어 실직, 간병 등 산적한 다양한 문제와 맞딱뜨리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치료중단과 생활고로 인해 개인은 물론 그 가족의 삶까지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이에 중증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의료지원사업 등 지자체에 다양한 지원을 요청하고 싶지만 최근 각종 물가 상승과 불투명한 경제 지표들을 감안해 치료여건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속내를 표현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김 대표는 “의료재원은 더욱 더 꼭 필요한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에 사용하도록 해야 하며 단 한 명의 생명도 돈이 없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약자와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통해 진보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들도 청년 탈모 지원을 두고 여러 찬반 의견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조례안 검토보고를 발표한 조성준 도계위 수석전문위원은 탈모환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높지만 40‧50대 중년 환자 수 비중이 더 높고 본인부담금 증가율도 높은 만큼 청년지원의 특수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해 세대 갈등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2021년 외래환자 기준 다빈도 질병 통계를 살펴보면 탈모 질환에 해당하는 질병코드 4개 모두 20‧30대 다빈도 질병 순위 100위권 밖인 반면, 정신건강 질환과 피부질환 등의 빈도가 높아 이러한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더해 2020년 서울연구원의 정책 수요조사 결과, 일자리와 주거 정책이 단기‧중장기 최우선 추진과제로 선정돼, 시의 가용재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집행기관인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의 김철희 단장은 의료전문가 자문 결과, 탈모의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치료 방식도 다양해야하지만, 해당 조례는 경구용 치료제 비용 지원에 중점을 둬 자칫 탈모 청년들의 약물 과다 복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조례안 제정에 반대하는 위원들 역시 조례안의 형평성 문제와 정책적 우선순위 문제를 지적했지만, 조례안 제정을 찬성하는 위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만균 민주당 의원은 “특정 계층이나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그 지원에 해당되지 않는 계층의 반발이 필수적으로 존재한다”며 “이런 갈등이 정책에 있어 막힘이 되선 안된다. 이를 풀어가면서 정책을 실현시켜야 한다”며 보다 진보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첨예하게 갈리는 찬반 의견에 도시계획균영위원회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한편 이날 김철희 단장에 따르면 서울시 조례가 통과돼 실제로 지원이 이뤄질 시 성동구 사례와 현재 탈모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감안해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6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된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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