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배정에 중증도 분류 오류까지"…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의 허점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9 07: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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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mdtoday = 김미경 기자]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 과정에서 광역상황실의 강제 배정과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 오류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YPPI)은 최근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 현장 사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광주광역시 소재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 두 건을 분석해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 3월부터 호남권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사업은 5월 종료됐다. 정부는 시범사업 평가를 거쳐 제도를 보완한 뒤 올해 하반기 전국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젊의연은 현행 제도가 충분한 보완 없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번째 사례는 광역상황실의 우선 수용 지시 권한이 의료기관의 수용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광주의 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광역상황실로부터 80대 심정지 환자 이송 문의를 받았으나 중환자실이 없고 중증환자 치료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약 5분 뒤 별도 협의나 통보 없이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고,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환자는 소생하지 못했다.

젊의연은 해당 사레에 대해 사전 협의 원칙의 실질적 무력화와 의료진 법적 책임 면책 규정 부재, 배후진료 및 전원 책임 공백, 심정지 환자 근거리 배정 원칙의 한계 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강제 배정 상황에서도 환자 치료 결과에 대한 법적·민사적 책임이 수용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귀속될 수 있다며, 제도적 면책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현장 의료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pre-KTAS)의 한계가 드러났다.

119구급대는 흉통을 호소한 환자를 활력징후와 의식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경증으로 분류하고 이송했다. 그러나 병원 도착 후 환자는 의식저하 상태였으며 혈당이 53mg/dL로 확인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중증 저혈당 상태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환자를 K-TAS 2등급으로 재분류한 후 응급처치를 시행했고, 이송 과정에서는 심전도와 혈당 측정 등 기본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젊의연은 경증 환자로 분류될 경우 구급대가 수용 병원을 자체 선정해 사전 고지나 협의 없이 이송할 수 있는 현행 구조에서는 평가 오류를 보완할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적 편의를 위해 환자를 경증으로 하향 분류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 상태를 사전에 검토할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젊의연은 전국 확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와 국가 책임의 배상·보상 체계 마련, 배후진료 확충 및 전원 프로토콜 구축, 사전 고지·협의에 기반한 광역상황실 거버넌스 개편 등을 제시했다.

젊의연은 "현행 이송체계 설계가 그대로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사례 보고서와 유사한 상황이 전국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시범사업 평가와 제도 재정비, 응급의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경험과 문제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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