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다] “장염인데 애드빌 먹어도 될까?”…익숙한 진통제의 위험한 배신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6 08: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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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가장 익숙한 치료 수단이지만, 동시에 오해와 착각도 많다. 같은 진통제라도 성분과 작용, 복용법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약수다(약이 되는 수다)’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분과 작용 기전, 복용 시 주의사항, 잘못 알려진 정보 등을 짚는 기획이다. 의사·약사 등 전문가 설명을 바탕으로, ‘왜 이 약을 먹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본다. [편집자 주]


▲ 대표적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애드빌’ (사진=한국화이자제약 제공)

 

[mdtoday = 김미경 기자] 장염으로 복통이나 몸살 증상이 생기면 집에 있는 진통제를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애드빌, 부루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두통이나 감기 때 흔히 복용하는 만큼 ‘무난한 약’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이하 소염진통제)가 위장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장염이나 공복, 음주 후처럼 위장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같은 진통제라도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소염진통제가 실제로 위와 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일수 교수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일수 교수 (사진=김미경 기자)


소염진통제는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대표적인 약물로,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COX(사이클로옥시게나제)’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김일수 교수에 따르면 COX 효소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COX-1과 COX-2가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그는 “COX-2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쪽에 관여하지만, COX-1은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며 “소염진통제는 이 두 효소를 함께 억제하기 때문에 점막 보호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와 장은 음식물을 분해하기 위해 강한 소화 환경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위에서는 산성이 강한 위산이, 소장에서는 다양한 소화효소가 작용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점막 표면에 점액이 지속적으로 분비돼 보호막을 형성해 소화액이 직접 닿지 않도록 막아준다.

하지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이 점액 분비가 줄어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점막 보호가 약해지면 위산이나 소화액이 점막을 직접 자극하면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속쓰림이나 복통이 나타나는 이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향은 공복 상태에서 더 두드러진다. 공복 시에는 위산이 음식물에 의해 희석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극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김 교수는 “공복 상태에서는 위산이 분비되는 경우 그대로 점막에 작용하는데, 보호 기능까지 약해지면 손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염 상태에서는 상황이 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장염은 대부분 식중독 등으로 장 점막이 이미 손상된 상태이다. 이 경우 설사는 유해 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방어 기전이지만, 이 과정에서 점막 세포와 점액도 함께 빠르게 소실된다.

김 교수는 “장염 상황에서는 점막이 손상된 상태”라며 “이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점막 보호 기능이 더 떨어지면서 복통이나 설사, 염증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염성 장염의 경우 해열 효과로 인해 병의 진행을 오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열이 떨어지면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병원 방문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 역시 위장관이 손상되기 쉬운 조건이다. 술은 종류에 따라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점막의 수분을 빼앗아 탈수를 유발하면서 점막을 손상시킨다.

김 교수는 “이런 상태에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이미 손상된 점막에 추가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음주 후에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 있어 소염진통제까지 함께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김 교수는 “간에서 처리해야 할 물질이 많아지면 이로 인한 간손상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음주 후에는 탈수 상태가 되기 쉬운데, 이때 소염진통제가 신장 혈류 유지에 필요한 기전을 차단해 신장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장관이 위해인자에 노출된 상황에서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진통제 선택에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장염이나 공복, 음주 후 상태에서 통증이 있을 시, 임의로 진통제를 선택하기보다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약국을 먼저 찾는 것이 좋고, 그것도 어렵다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다”며 “의료전문가의 상담 없이 복용하는 경우, 제품에 적힌 복용 금기와 주의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통제 복용에도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진통제 복용 시 기본적인 원칙도 중요하다. 정해진 용량 이상 복용해도 효과는 더 커지지 않고 부작용만 증가하는 ‘천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진통 효과에는 상한선이 있어 일정 용량 이상에서는 효과가 더 커지지 않지만, 부작용은 상한선 없이 용량에 비례해 계속 증가한다.

김 교수는 “소염진통제 계열 약을 먹고 효과가 부족하다고 같은 계열 약을 추가해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효과를 공유하기 때문에 더 먹어도 효과는 증가하지 않는다”며 “이 역시 부작용 위험만 높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복용 간격을 지키지 않는 것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약효는 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정해진 복용 간격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진통제는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일 뿐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기 때문에, 통증이 반복되면 반드시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진통제는 상황에 따라 효과와 위험이 함께 달라지는 만큼, 몸 상태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 익숙한 약일수록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한 번 더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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