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가장 익숙한 치료 수단이지만, 동시에 오해와 착각도 많다. 같은 진통제라도 성분과 작용, 복용법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약수다(약이 되는 수다)’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분과 작용 기전, 복용 시 주의사항, 잘못 알려진 정보 등을 짚는 기획이다. 의사·약사 등 전문가 설명을 바탕으로, ‘왜 이 약을 먹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본다. [편집자 주]
![]() |
| (사진=AI 생성 이미지) |
[mdtoday = 김미경 기자] 매달 반복되는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를 찾는 여성들은 많지만, 정작 약을 언제·어떻게 복용해야 효과적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생리통 진통제라도 복용 시점에 따라 효과 차이가 날 수 있고, 증상 양상이나 개인 상태에 따라 더 적합한 약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생리통을 단순히 참아야 하는 증상으로 여기거나, 익숙한 약만 반복해서 복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들이 매달 반복적으로 겪는 통증인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 생리통 진통제를 주제로, 생리통에 흔히 사용되는 진통제들의 차이점과 복용 타이밍, 증상별 선택 기준 등을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어경진 교수의 설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 |
| ▲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어경진 교수 (사진=용인세브란스병원 제공) |
어경진 교수는 “생리통은 크게 일차성 생리통과 이차성 생리통으로 나뉘는데, 여성 대부분이 경험하는 일차성 생리통은 특별한 골반 내 병변 없이 발생하는 통증으로, 그 핵심 기전은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과다 분비”라고 말했다.
이어 “배란 후 황체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이 자궁내막을 안정시키다가, 월경 직전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자궁내막 세포에서 프로스타글란딘 F2α(PGF2α)와 프로스타글란딘 E2(PGE2)가 다량으로 방출된다”며 “PGF2α는 자궁 근육(자궁근층)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이 수축이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허혈 상태를 유발하는데, 쉽게 말해 자궁이 스스로 조여지면서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는 게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마다 통증 강도가 크게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자궁내막에서 생성되는 프로스타글란딘 양 자체가 개인마다 다른데, 분비량이 많을수록 자궁 수축이 강하고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라며 “실제로 생리통이 심한 여성의 월경혈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 농도가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강도의 자궁 수축이라도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중추신경계의 통증 처리 방식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며,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 역시 통증 감수성을 높일 수 있고, 초경·연령·월경 주기의 규칙성·월경량·체질량지수·운동 습관·흡연 여부 같은 생활 습관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차성 생리통에 대해서는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골반염 등 기질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통증의 양상과 강도가 원발성과 다를 수 있으며, 별도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리통 완화를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다. 대표적으로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나프록센 등이 사용되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슨 약을 먹느냐’뿐 아니라 ‘언제 먹느냐’다.
어 교수는 “가장 권장되는 복용 시점은 통증이 시작되는 초기, 즉 생리가 시작되면서 통증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라며 “NSAIDs는 이미 만들어진 프로스타글란딘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COX)를 차단해 새로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프로스타글란딘이 대량으로 생성되기 전에 미리 COX 효소를 차단해 두면 프로스타글란딘 분비 자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어 통증 완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증이 이미 심해진 뒤에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이미 다량 분비되어 자궁 수축과 염증 반응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약효가 뒤늦게 작용해 통증 조절이 불충분할 수 있다”며 “나프록센의 경우, COX-2 경로가 활성화되기 전에 투여하면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거의 완전히 억제할 수 있지만, 이미 활성화된 후에는 점진적이고 불완전한 억제에 그친다는 생화학적 분석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 교수는 “일반적으로 월경 시작일 또는 통증 발현 초기부터 복용을 시작해 월경 1~2일째까지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다만 통증이 생리 시작 전부터 나타난다면 예상 월경 시작일 1~2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제별 특징에도 차이가 있다. 어 교수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이부프로펜은 복용 후 약 30~60분 내 비교적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NSAIDs다. 다만 반감기가 짧은 편이어서 보통 4~6시간 간격으로 반복 복용한다. 일반 의약품으로 구입이 용이하며, 임상 근거가 풍부하고 효능 대비 안전성의 균형이 우수해 생리통의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추천된다.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의 활성 광학이성질체(S-(+)-이성질체)만 분리한 성분이다. 어 교수는 “이부프로펜은 R형과 S형이 1:1로 혼합된 라세미체인데, 실제 약리 작용은 S형이 담당해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 용량의 절반 정도로 동등한 진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비활성 R형 성분이 없으므로 이론적으로 위장관 부담이 다소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프록센은 약 12~17시간의 긴 반감기가 특징이다. 어 교수는 “이 덕분에 1일 2회 복용으로 안정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통증이 수일간 지속될 때 복용 편의성이 높다”며 “COX-1과 COX-2를 비교적 균형 있게 억제하며, 심혈관계 위험이 다른 NSAIDs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기 사용 시 안전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반감기가 긴 만큼 약물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므로 위장관 부작용이 지속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리통 양상이나 환자의 기저 상태에 따라 적합한 약제를 달리 고려할 필요도 있다.
NSAIDs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관 자극이다. 어 교수는 “위염이나 소화성궤양의 병력이 있는 경우, 이부프로펜보다 덱시부프로펜을 고려할 수 있다”며 “비활성 이성질체가 제거된 덱시부프로펜은 같은 진통 효과를 더 적은 용량으로 달성할 수 있어 위장관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복 복용을 피하고 식후에 복용하거나, 필요시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위장관 부작용에 특히 민감한 환자라면 NSAIDs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할 수 있으나, 아세트아미노펜은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억제 효과가 없어 생리통에 대한 효과는 NSAIDs보다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허리나 골반 통증이 심한 경우에 대해서는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많거나 자궁 수축이 강한 경우가 많아, 항염 효과가 강한 NSAIDs를 충분한 용량으로 통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프록센처럼 작용 시간이 긴 약물이 통증 지속 시간을 안정적으로 커버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 교수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뿐 아니라 위장관에도 작용해 구역, 구토, 설사 등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메스꺼움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위장 자극이 적은 제형을 선택하거나, 식후 복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역감이 심해 경구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좌제 형태의 NSAIDs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NSAIDs 자체가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하므로, 약이 흡수된 후에는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한 구역감 자체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NSAIDs 단독으로 통증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경구 피임약이나 프로게스틴 단독 제제 등 호르몬 요법을 병용하거나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호르몬 요법은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내막의 증식을 줄여 프로스타글란딘 생성 자체를 감소시키는 데, 이 경우에는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여성들은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반복해서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몸에 해롭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 교수는 “생리통 진통제에 대해 많은 여성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인데, NSAIDs는 마약성 진통제와 달리 약리학적 내성이 생기는 약이 아니다”라며 “매달 생리 때마다 복용하더라도 같은 용량으로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오히려 통증을 참다가 늦게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내성이 생겼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NSAIDs가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한 복용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권장 용량과 복용 간격을 지킬 것 ▲공복 복용을 피할 것 ▲복용 기간을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 ▲서로 다른 NSAIDs를 동시에 복용하지 말 것 등을 강조했다.
![]() |
| (사진=AI 생성 이미지) |
생리통으로 생각하고 진통제로만 버티다가 실제 질환을 놓치는 경우에 대한 주의도 이어졌다. 기존에 없던 생리통이 20대 중반 이후 새롭게 생기거나, 기존의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는 양상은 단순한 일차성 생리통이 아닌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같은 이차성 원인을 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 교수는 “충분한 용량의 NSAIDs를 적절한 시점에 복용했는데도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만성적인 골반통이 있거나, 성교통이 동반된다면 자궁내막증의 전형적인 3대 증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월경량이 과다하거나 월경 기간이 7일 이상으로 길어지거나, 혈괴(핏덩이)가 자주 나오는 경우는 자궁선근증이나 자궁근종 등의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고, 월경 시기에 배변 시 통증, 혈변, 배뇨통 등이 동반된다면 자궁내막증이 장이나 방광 등 주변 장기를 침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임하지 않았는데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자궁내막증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는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산부인과 진찰을 통해 이차성 생리통의 원인을 감별하는 게 중요하고, 필요에 따라 MRI 검사나 진단적 복강경 등 추가 검사가 시행될 수 있으며, 원인 질환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 교수는 끝으로 “생리통을 단순히 참거나 진통제로만 대처하기보다는 자신의 통증 양상에 변화가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적절한 시점에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저작권자ⓒ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