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도 목표도 없다”…한국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쏟아진 비판

김미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4 08: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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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장부승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mdtoday=김미경 기자] 정부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가 명확한 방향성이나 목표 설정 없이 부족한 데이터에 의존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장부승 교수는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한국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의 방식과 결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 교수는 ‘한일간 의사인력 수급추계 비교’ 발표를 통해 한국 추계위의 인력 산출 과정이 과학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사 인력 추계가 필요한 이유부터 잘못 설정됐다고 짚었다.

장 교수는 “겉으로는 의사들이 경쟁하는 것 같지만 의료 서비스 수급 체계는 시장 가격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라며 “수가를 통해 사실상 정부에서 다 정하고 있는데, 수가는 시장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는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처럼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급량을 계산하는 방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수요와 자원을 면밀히 파악한 뒤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정 의사 수 산출의 출발점으로 명확한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1년에 의사를 몇 번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한 번 진료 시 상담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를 다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병원과 자택 간 평균 거리는 얼마인지, 지역 단위별로 필수 진료과목은 몇 개 있어야 하는지를 다른 나라들은 다 계산하고 목표를 세운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이런 계획 자체가 없기 때문에 평가 기준도, 목표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 추계의 과학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타당성, 반증 가능성, 신뢰성을 제시했다.

추계위의 자료처럼 수식과 그래프가 많다고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며 타당성과 반증 가능성, 그리고 신뢰성을 갖춰야 과학이고,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 과학적 설명은 현실적 기반을 상실한 난센스이자 헛소리라는 설명이다.

그는 목표와 방법론이 맞아야 하고, 데이터로 검증 가능해야 하며, 같은 방법을 쓰면 누구나 같은 결과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추계위는 타당성에 문제가 있는데, 도대체 추계위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한국 의료의 미래상을 정하지 않으면 추계위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특히 현장 데이터 부족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추계위 자료를 보면, 현장 데이터가 없다고 반성문을 써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데이터가 부족하니 막연한 추정이나 과거 데이터를 외삽해 미래로 투사하는 방식이 사용됐다”며 “이 경우 의료 수요가 과장되고, 결국 의사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계 모델을 표결로 결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장 교수는 “과학적 논의는 표결이 아니라 토론과 데이터 검증으로 의견을 좁혀야 한다”며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보다 더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없고, 재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 교수는 일본의 의사 인력 추계 과정도 소개했다.

일본은 의료법에 근거해 1985년부터 전국 의료 계획을 수립해 왔으며, 이를 5년마다 갱신하고 도도부현 단위로 다시 의료 계획을 마련한다.

아울러 1차·2차·3차 의료권으로 나눠 2차 의료권 내에서 완결적인 의료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병상 수와 기능, 의료시설, 개호시설, 환자, 진료 행위, 의사 노동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조사한다.

또 전국 의대 학장과 병원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산업 현장의 의사 수요 조사 등을 병행하고, 지난 6년간 40회 넘는 회의와 1차·2차 추계를 거치고, AI 등 신기술 도입 효과 역시 시나리오로 만들어 정량화한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끝으로 한국 추계위 참여자와 정부의 책임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추계에 참여한 이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더 깊이 논의하자고 요구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박차고 나왔어야 한다”면서 “더 큰 책임은 장관에게 있다. 과학적 추계를 하겠다고 했다면 과학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의사인력 추계는 증원 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사후적으로 논리를 덧붙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방향 설정도, 데이터도, 정책 전달 경로도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수 효과는 일본에서 이미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숫자만 늘리는 접근은 의료 제공 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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