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재해, 추정의 원칙 도입했지만 처리 기간 209일로 늘어

이재혁 / 기사승인 : 2023-10-22 19: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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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업무상 질병재해 산재 보상 신청 2만87964건…9년간 3.1배 증가
▲ 이은주 의원 (사진=이은주 의원실 제공)

 

[mdtoday=이재혁 기자] 업무상 질병재해의 보상신청이 지난 9년간 4.1배 증가했음에도 질병재해 처리 기간은 2.6배 증가했으며 특히 신청 건수의 43.4%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처리 기간 단축을 이유로 지난해 추정의 원칙을 도입했음에도 올해 현재 처리 기간이 도리어 29일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4년 9211건에 불과하던 업무상 질병재해의 산재보상 신청은 2022년 2만8796건으로 9년간 3.1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승인 건수도 4391건에서 1만8043건으로 4.1배가 늘었다.

신청 건수가 늘어난 질병들을 보면 근골격계 질환은 2014년 5639건에서 2022년 1만2491건으로 7247건이 증가해 2.2배가 늘었고 승인 건수 또한 3228건에서 8695건으로 증가했다.

뒤이어 많이 늘어난 질병은 난청으로 2014년 409건만이 신청됐지만 2022년에는 7550건으로 18.5배나 늘었고 승인된 건수도 240건에서 5197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이직이나 퇴직 후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는 재해자를 기존에는 소음성 난청에서 제외했다가 난청 재해에 포함시키는 등 재해 인정 기준을 완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질병재해 규모에서 세 번째로 많고 흔히 과로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2014년 2000명이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고 2022년에는 1922명이 신청해 변동 폭이 사실상 없었다. 다만 재해인정의 경우는 445명에서 671명으로 늘어나 재해인정률은 높아졌다.

그 밖에 신청 및 승인 건수가 늘어난 질환은 직업성 암으로 2014년 각각 193건, 70건이던 신청 및 승인건수가 2022년 신청 720건과 477건 승인으로 늘었고 정신질환은 2014년 135건, 45건이었던 신청 및 승인건수가 2022년 657건과 424건으로 늘었다.

문제는 업무상 질병재해 신청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처리 기간이 늘어나 재해피해자들이 적시에 보상 및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모든 질병재해의 처리에는 평균 80.2일이 소요됐지만 올해 8월 기준 그 기간이 평균 209.2일로 2.6배나 늘어난 상태다.

질병 종류별로 보면 재해보상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난 근골격계질환이 2014년 66.9일에서 2023년 137.7일로 2배 이상 늘었고 뇌심혈관계 질환이 62.8일에서 123.1일, 정신질환이 122.5일에서 210.4일로 늘어났다.

이처럼 질병재해 처리 기간이 늘어난 원인은 현재 질병재해 보상 절차의 중복성과 복잡성이 지적된다. 현재 절차를 보면 공단 지역 지사에 질병재해자가 의사소견서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하면 공단이 서면 등으로 재해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공단 자문의사 평가, 근골격계의 질환 등의 경우 특별진찰, 직업성 암 등에 있어서는 역학조사 등 자문을 거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업무관련성을 판정하면서 다시 한번 상병 확인을 하는 등 의사의 상병진단만 세 차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재해보상신청자의 43.4%(2023년 8월 현재 45.6%)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2022년 6대 부위 8개 상병에 추정의 원칙을 도입해 조사 과정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21년 113.0일이 소요되던 것이 지난해 108.2일로 약간 줄었다가 올해 8월 현재 137.7일로 도리어 전년에 비해 29.5일이나 늘어난 상태다.

근골격계질병의 산재 신청의 규모를 생각하면 근골격계질환의 보상 처리 업무의 지연은 전체 업무상 질병의 산재 처리 지연을 불러오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처리 지연 이유로는 크게 셋이 지목된다. 2022년 고시 개정과정에서 기존 공단 지침으로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던 돌봄노동과 운전업무 등이 삭제되고 건설업 21개, 조선업 13개, 타이어 7개, 자동차 5개 등 66개 직종에만 추적의 원칙이 적용된 점이다.

또한 추정의 원칙이 도입됐음에도 현장 조사만 생략될 뿐 특별진찰에서 업무상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판위의 심의를 그대로 진행하는 점과 근골격계질병의 특성상 각 신체부위에 복수로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단독으로 발병했을 경우에만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 2022년 근골격계질병 산재 신청 건수 중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건은 3.7%에 불과했다.

이은주 의원은 “산재질병보상의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질병 산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처리 기간 단축이 필수적”이라며 “2022년 고시 개정 과정에서 누락된 업종은 물론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직종을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수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에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원칙이 적용된 경우에는 질판위의 심의를 생략하는 등 제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보다 근본적으로는 진폐 등 일부 질병을 제외하고는 모든 질병을 질판위가 심의하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현재 질병재해 처리 지연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므로 업무상 질판위를 업무상 질병기준위원회로 그 성격을 변화시켜 업무와 발병률이 이미 확인된 질병에 대해서는 신속히 재해보상을 실시하는 기준 수립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그 이외의 경우에 판정역량을 집중시켜 업무상 질병의 처리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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