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남구 보건소와 ‘쩐의 전쟁’

박성모 / 기사승인 : 2007-07-13 1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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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최고의 히트송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노래를 들 수 있겠지만 ‘무이자~ 무이자~’라는 반복적인 리듬과 가사가 담긴 한 사채 금융 회사의 광고송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사실 이 노래가 유행했던 이면에는 사채 금융 회사들의 과장 광고의 폐해를 지적하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돈이 없어 궁지에 몰린 소비자들이 손쉽게 달콤한 광고에 속아 사채에 손을 뻗었다가 종국에는 패가망신 할 수 있다는 것.

사채 금융업 과장 광고의 문제점은 TV,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의 고발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사채업의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사채 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까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눈을 돌려 주위를 보면 사채 과장 광고보다 더 큰 문제가 공공기관의 섬세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크게는 의료 전반의, 작게는 성형 수술의 허위 과장 광고가 그것이다.

취재 중 만난 45세 여성 홍모씨. 이 여성은 “성형외과의 과장 광고에 속아 전신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가 오히려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삶을 통째로 날려버렸다”고 털어놨다.

돈이 없어 소송도 제기하지 못한다는 이 사람은 성형외과의 과장 광고를 감독해 자신과 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 줘야 하는 보건소 등 사회의 모든 기관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어떻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친분 있는 언론 관계자를 소개해 달라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애원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무일푼이 된 사채 채무자들처럼 관계 기관에 도움을 얻어 회생의 길을 걸을 수도 없다. 최상의 결과라 해봤자 힘겨운 의료 소송을 거쳐 보상금을 받아내는 것 정도.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변한 외모와 부작용은 꼬리표처럼 평생 그녀의 뒤를 따라 다닐 것이다. 의료 과장 광고의 폐해가 사채 광고의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클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이 여성의 피해에 대한 시시비비는 법이 판단 할 몫이다. 또 가장 큰 책임은 1차적으로 당사자인 본인과 의료기관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일부 몰지각한 성형의료원이 오로지 ‘쩐’을 위해 성형 수술을 요술 방망이로 부풀려 선전할 때 까지 팔짱끼고 이를 관망한 관리 감독 기관, 보건소에 있다.

일부 보건소 담당자들은 의료 광고법이 개정돼 기관의 심의를 받고 있지 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워 슬쩍 발을 빼보지만 법망을 피해 인터넷, 광고지에 실린 불법 허위 과장 선전은 누가 감독해야 한단 말인가.

전국 보건소 인력이 여타 산적한 문제로 성형 허위 과장 광고 단속에 매달릴 수 없다고 한발 양보 하더라도 전국 성형외과의 25%가 몰린 성형 열풍의 진원지 강남구 보건소는 적어도 성형 과장 광고에 가장 민감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이는 기자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단 한 건의 성형외과 허위 과장 광고 감독 사례도 없이 지난 4월 개정된 의료 광고법을 들이대며 상반기를 싸잡아 계도 기간이었다는 강남구 보건소.

성형외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의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해 고작 8건의 행정 처분을 해 놓고 이 가운데 성형 수술 허위 과장 광고 사례는 자세히 검토해 봐야 알 수 있다는 변명만 늘어 놓는 강남구 보건소.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또 처벌만을 위한 단속은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 과장 광고, 특히 성형 수술 과장 허위 과장 광고의 폐해에 대해 너무나 무신경한 강남구 보건소의 모습에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강남 주민은, 또는 친구 따라 성형하러 강남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은 성형 수술의 허위 과장 광고 같은 ‘사채보다 무서운’ 의료 광고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준다는 동의하에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남구 보건소는 알아야 한다.

강남구 보건소가 모든 업무에 대해 수수방관하며 직무를 유기했다고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강남구 보건소에 묻고 싶다.

성형외과의 과장 광고에 속아 울고 있는 청소년, 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혹시 무슨 무슨 프로그램으로 이름 부쳐진 허울 좋은 전시 행정에 급급해 티 나지는 않지만 정작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생활 밀착형 행정서비스를 헌 걸레짝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책상에 앉은 채 서류 작성에만 몰두해 사회는 다 알고 있는 성형 수술 허위 과장 광고의 폐해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메디컬투데이 박성모 (psm@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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