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입원적합성심사, 인권은 높이고 자기결정권 보장은 '글쎄'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7 07: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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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진술‧권리고지‧절차보조 등 결여
정신질환자 치료 사각지대 우려도
▲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 제도로 환자의 인권은 증진시켰지만 환자 치료 문턱이 높아지고 자기결정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 제도로 환자의 인권은 증진시켰지만 환자 치료 문턱이 높아지고 자기결정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원적합성심사 제도는 입원 단계부터 정신질환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심사기구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통해 환자의 존엄과 가치, 최적의 치료받을 권리, 입원 등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보장한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설치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위)를 통해 입원적합성심사(이하 입적심) 제도를 2018년부터 본격 시행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지난 6월 게재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른 입원적합성심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경험’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정신질환자의 인권 증진이라는 소기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다.

입적심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총 27명을 심층면담한 결과,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는 인권증진 측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견과 함께 입원절차 권리 강화, 절차적 정당성 확보, 이송과정서 강압적인 행위 감소 등의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비자의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예를 들어,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한 정신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단순한 서류 미비로 인해 입원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정신질환자의 치료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입적심의 주요 부적합 기준인 자·타해 위협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치료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선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진행된 전체 입적심 심사 건수 10만6825건 가운데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는 1507건으로 1.41%에 불과했다.

심사유형별로 부적합률을 살펴보면 전체 입적심 중 대면조사(신청/직권)로 진행된 경우에는 부적합률이 3.02%였고 서면조사는 0.88%로 집계돼 대면조사로 진행할 경우 부적합률이 2.14%포인트 높았다.

입법조사처 이만우 입법조사연구관은 “현재까지 심사 진행 건수 중 약 75.1%는 서면조사만으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환자에게 충분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한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입적심 이해관계자 심층 면접 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제도 도입‧시행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특히 변호사들은 자기결정권과 관련해서 권리고지, 대면진술, 그리고 절차보조 등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거나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자기결정권 보장 개선방안으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환자의 입‧퇴원 절차를 도와주는 절차보조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개선과 절차 보조인에 대한 전문 교육을 수행함으로써 ‘절차보조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비자의입원 환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입법조사연구관은 “환자의 직접 진술은 인신구속 결정권을 행사하는 결정권자를 대면할 권리이며 진술 장소와 시간,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입적심 제도가 서류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대면조사를 포함하여 보다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인력의 충원과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의 확충이 시급한 선결 과제로 지적됐다.

입적심 제도의 발전 형태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도가 제시됐다. 사법입원제도는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적합성 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결정하는 것이다.

사법입원제도를 선택한 주요국에서는 대면조사가 원칙이 돼 환자의 증거제출권과 대면진술권이 보장돼 있다.

한편 현재 입적심 심사위원이기도 한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연구위원은 “사법입원제도가 이상적이긴 하나 현실을 고려해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한 준사법입원제도를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법입원제도에 비해 강제입원의 적법성에 대한 근거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으나 현행 입적심보다는 높을 것”이라며 “아울러 현실적으로 판사정원제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인력, 비용, 시간 등의 소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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