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대상 확대하고 대리결정자 범위 적정성 논의해야”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1 0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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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대만 입법례 분석·비교해 국내 ‘연명의료결정법’ 보완점 제언
▲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확대 및 명확화, 대리결정자 범위의 적정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확대 및 명확화, 대리결정자 범위의 적정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아시아 최초로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권리를 법제화한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 및 ‘환자자주권리법’과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 제도를 비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등록 등에 관한 조문이 시행되면서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본격 시행 후 3년 6개월만인 지난 8월 10일 기준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실제로 16만9217명의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이 이행됐다.

이렇듯 연명의료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제도는 연명의료결정의 이행 가능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개념의 구별 기준이 모호하고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을 완전히 보장하기에는 그 절차 규정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먼저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는 말기환자의 의료의향 존중과 권익 보장을 목적으로 규정했으며 ‘환자자주권리법’은 이와 유사한 환자의 사망할 권익의 보장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자주권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 촉진을 규정해 관계자들의 소통과 논의를 통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 존중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호를 입법 목적으로 규정한다. 목적규정만 보면 ‘환자자주권리법’과 유사하게 환자의 자기결정을 강조하지만 상대적으로 환자와 의사 등의 관계에 의한 상호적 의사결정의 중시는 약하다.

또한 ‘환자자주권리법’은 심폐소생술을 포함해 연명의료를 규정하고, 사전의료결정의 범위를 연명의료뿐 아니라 인공영양, 수분공급, 그 밖의 의료돌봄 등으로까지 넓히면서 환자와 의사 등의 소통·논의 과정인 ‘사전돌봄계획’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정의하고, 그 부분에 따라 연명의료중단 등의 이행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결정 대상의 경우에도 ‘환자자주권리법’은 말기환자에 비가역적인 혼수상태, 영구적인 식물상태, 극 중증의 치매 등 환자를 추가해 넓게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결정 대상을 말기환자보다도 엄격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해 대상 범위가 가장 좁다.

아울러 대만은 환자의 의원서가 없더라도 가족의 동의서로 대리결정이 이뤄질 수 있고 가족이 없는 사람도 윤리위원회를 거쳐 의사의 결정을 통해 연명의료중단이 이뤄질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의 합의로만 대리결정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우선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확대와 명확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서 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 2015년 입법 논의 당시 의학적·사회적 합의의 부재로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결정 대상자로 규정된 바 있다.

정 조사관은 “말기환자는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으로부터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의미해 얼마나 시간적으로 사망에 근접해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그것을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연명의료결정 대상을 말기환자로 규정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와 같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의 구분이 불필요하거나, 그 결정 대상을 말기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어 그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실효성을 보완하고 대리결정자 범위의 적정성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입법조사관은 “우리의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의 정보제공·설명, 환자의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환자와 가족의 능동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공동참여로 사전의료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대만의 사전돌봄계획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배우자 및 1촌 이내의 직계 존속·비속 등의 전원합의로만 환자의 의사를 대리할 수 있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가족이 없는 경우 그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가족이 없는 경우 연명의료중단이 불가능한 상황.

이에 대해 정 입법조사관은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가족 유대와 결합이 예전과 달라진 만큼 환자가 사전에 지정한 대리인이 연명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윤리위원회 등 의사결정기제의 작동에 의한 결정이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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