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입법공백 1년에 약물 도입은 지지부진…불법 낙태약 찾을 수밖에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8 07: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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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형법상 낙태죄 효력 상실
임신중단 관련법 모호한 가운데 불법약 노출 지속
▲ 임신중단 약물 국내 판매처와 해외 단체의 약물 비용 (자료=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장기화되는 낙태 입법 공백과 임신중단 의약품 도입의 지연에 임신중단이 불가피한 여성들의 음성적인 불법 임신중단 약물 구매‧사용 행위가 우려된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임신중단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상 낙태죄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지 2년 9개월이 흘렀다. 헌재가 명시한 기한 내 개선 입법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낙태 입법 공백 기간도 1년이 넘었다.

현재 국회에는 낙태죄 폐지 또는 낙태 허용 기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의원발의안이 총 6건, 정부안 1건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 관련해서는 단순히 낙태죄 존폐 여부 외에도 임신 주수별 낙태 허용 범위‧사유, 임신기간 구분기준의 타당성,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존중하는 의료인 낙태시술 거부권 인정 여부, 등 사회 각계각층의 첨예한 의견과 쟁점이 개진되고 있어 사회적 합의부터 요원하다.

그 사이 지난해 7월 현대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먹는 임신중단의약품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정부 역시 약물 도입을 위해 허가‧심사를 신속히 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산부인과 의사와 종교계 등의 반발로 현재까지 허가는 지지부진한 상황.

이에 낙태죄의 효력만 상실된 채 임신중단은 여전히 합법도 아니어서 임신중단이 불가피한 여성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장치가 부재한 상태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건강보험급여 가능 인공임신중절 현황에 따르면 매년 그 건수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3560건이던 수술 건수는 2019년 3168건, 2020년 7월 청구분까지 63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온라인을 통한 임신중단의약품 판매광고 적발 건수는 2018년 2175건, 2019년 2368건, 2020년 938건 등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임신중단의 위법‧합법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들은 여전히 온라인 불법 유통 약품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모양새다.

당시 남 의원은 “의료인이 배제된 약물적 임신중단은 여성들을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며 미프지미소를 신속히 허가해 안전한 임신중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최근에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의 임신중단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비용 부담의 증가는 곧 허가되지 않은 불법 임신중단의약품을 찾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이 5년 내 임신중단 경험자 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신중단 수술비용은 평균 60~80만원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단 연도가 최근일수록 비용은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비용이 80~100만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6~2017년에 15.6%에 불과했지만 2019년 21.7%, 2020년 30.3%를 거쳐 2021년 40.0%까지 늘었다.

1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19년부터 20%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에 최근 임신중단을 했을 때 지출했던 의료비용이 ‘부담이 됐다’는 응답은 77.9%에 달했다. 특히 ‘매우 부담됐다’는 응답률은 2019년까지 30%선에 그쳤지만 2020~2021년 41.4%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한편 약물적 방법으로 임신중단을 경험한 189명은 약물을 선택한 이유로 ‘약물이 수술보다 더 안전하거나 몸에 영향이 적을 것 같아서(41.3%)’를 1순위로 꼽았다.

이외에는 25.9%가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21.7%는 ‘알아본 의료기관에서 임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해서’라고 응답했다. 또 15.3%는 ‘의료기관에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약물을 구하는 것이 더 간편해서’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대체입법의 부재와 정부의 약물 도입에 대한 정책 마련이 늦어짐에 따라 불법 약물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행위는 지속되고 있다”며 “관련 법제도 개선 및 허용 절차 등 약물 도입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해 (약물적 임신중단을)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일선 산부인과 현장에서 임신중단약물 도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산부인과 학회와 의사회 차웜에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지만 이를 어떤 강제적인 규제나 지침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들도 자기 신념에 따라 (수술을)하시는 분들은 하시고 안하시는 분들은 안하시고,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피임 방법도 잘 숙지하고 계시고 사회적으로도 임신률‧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 임신중단 건수 자체가 확 줄었다. 또 요즘은 과거와 달리 임신 주수가 많이 지나고 수술하는 경우도 없다”며 “우려가 되는 것은 임신중단의약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하게 구해서 사용하게 될 텐데, 실제로 자궁 외 임신이라던지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임신 중단 관련 입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도입을 우선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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